솔직히 고백하는데 전 쏘렌토R을 서울모터쇼에서 보긴 봤습니다.(사진 찍을 여력이 없어서 문제였지.)

일단 처음은 별로더군요.(프레임을 돌려줘!!!)

뭐, 거두절미하고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안타깝게도 만들어 놓고도 욕먹는 국산차들이 꽤 많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었다. 디자인을 비롯해 성능이나 마무리를 보면 '정말 저렇게 밖에 만들지 못하나', '저렇게 만들어 놓고도 팔리기를 바라나'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런 차들은 두 부류다. 개발 능력은 일정 수준에 도달했지만 현실적인 조율문제로 인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태어난 차들이 있고, 정말 메이커의 능력이 모자라서 별볼일 없게 나온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후자가 대부분이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전자인 차가 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 현실적인 문제를 잘 극복하고 기대를 뛰어넘는 차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사람의 기대를 만족 시키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런 차들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현대 i30, 제네시스, 에쿠스, 기아 쏘울, 포르테, 모하비, 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 등이 예전과는 다른 수준으로 도약을 이룬 모델이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쏘렌토를 보면 그러한 도약이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선보일 현대 YF 쏘나타나 기아 VG  준대형 세단도 꽤 잘 만들어져 나올 것 같다. 이제 '나와봐야 그게 그거지'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아니 오히려 '이번에는 어떻게 나올까?' 눈이 빠지게 기다려야 하는 때가 왔다.


2002년 처음 선보인 쏘렌토가 6년여 만에 새롭게 쏘렌토 R로 바뀌었다. 중간에 한 번 페이스리프트를 거쳤을 만도 한데(아주 살짝 바뀌기는 했다) 한결 같은 모습으로 6년을 버텼으니 세대교체가 좀 늦은 편이다(최고 경영자의 취향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다). 데뷔 당시 디자인에 대해 논란이 많았었는데, 새로운 쏘렌토에 대해서는 그런 논란은 들려오지 않는다. 오히려 앞은 포르테고 뒤는 모하비 닮았다는 형제간 비교 목소리가 더 크다. 그만큼 쏘렌토 R은 기아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잘 살렸다.


호랑이 입을 닮았다는 크롬으로 두른 커다란 그릴, 가늘고 날렵하게 뻗어 올라가는 헤드램프, 공기흡입구 형태로 커다랗게 부각시킨 안개등이 어색하지 않게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또한 후드라인이 높아 헤드램프와 그릴이 높게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강인해 보인다. 뭉뚝해 보이기 쉬운 SUV의 전면부를 어색함 없이 날렵하게 다듬은 터치는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또한 전고가 낮고 뒤로 갈수록 루프라인이 내려가기 때문에 크로스오버의 느낌도 살짝 풍긴다.

뒷모습은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 모하비 분위기가 나는데 너무 단순하다는 지적이 있다. 오밀조밀한 맛을 풍기는 앞모습에 비해 단조로운 편인데 이는 앞뒤 통일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모하비는 나름대로 앞뒤를 맞춰서 디자인 했던 데 반해, 모하비와 전혀 다른 앞모습을 지닌 쏘렌토 R에 모하비의 뒤를 붙여놓았으니 부조화는 당연한 결과다. 계속 보면 괜찮아지긴 하는데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전체적인 스타일은 기아의 아이덴티티를 잘 살리면서 새롭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현대 싼타페와 같은 플랫폼을 썼지만 '현대 아류'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차별화는 성공한 셈.

싼타페와 같은 플랫폼을 썼다는 얘기는 앞바퀴굴림과 모노코크를 뜻한다. 도심형 SUV로 거듭나기 위한 변화의 핵심.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SUV를 타면서도 승용차 감각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런 시장의 요구와 도심형 SUV가 대세를 이루는 트렌드를 기아도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다. 앞 오버행이 짧은 이전 쏘렌토의 스포티한 보디 비율은 신형으로 건너오면서 여느 앞바퀴굴림 SUV들과 비슷한 체형으로 바뀌었다. 또한 서스펜션도 승용 감각에 맞게 앞에는 맥퍼슨 스트럿, 뒤에는 멀티링크를 썼다. 과거 프레임 보디 시절에는 승차감에 있어서 통통 튄다는 불만이 있었는데, 신형은 보다 부드러워졌다. 밑바탕에는 단단한 감각이 느껴지지만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쪽으로 기울었다고 할 수 있다.


도심형으로의 변신과 함께 새로운 디젤 R 엔진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내구성은 검증을 거쳐야 하겠지만 파워나 소음진동에 있어서는 이름 있는 수입 디젤과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완성도가 뛰어나다. R 엔진은 배기량 2.2리터에 최고출력은 200마력, 최대토크는 44.5kg·m에 이른다. 연비는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리터당 14.1킬로미터. 수치상의 성능이나 연비가 상당한 경지에 올랐다. 이 밖에도 2.4리터 쎄타II 휘발유 엔진과 LPI 뮤 2.7 LPG 엔진이 올라간다. 그리고 올 여름에는 2.0리터 디젤 R 엔진도 얹는다. 출력은 180마력, 최대토크는 39.0kg·m로 여느 2.0리터 디젤보다 우수하다. 먼저 2.2리터 모델을 산 사람이 손해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 법하다. 그런데 연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세금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2.2리터가 더 나은 선택으로 여겨진다.

쏘렌토 R은 싼타페와 모하비 중간인 준대형급에 속하는 차급에 맞게 소음과 진동 처리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 물론 엔진 자체의 소음 진동 처리도 상당한 수준이다.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누르니 차가 힘차게 튀어 나간다. 디젤 특유의 지체 현상도 그리 심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넉넉한 디젤의 토크가 차를 가볍게 이끌고 간다. 네바퀴굴림보다는 앞바퀴굴림의 가속감이 더 경쾌하다. 변속기는 자동 6단. 변속은 부드럽고 매끈하게 이뤄지는데 즉각적이지는 않다.


6단 기어라 수동변속 기능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어서 주행 상황에 따라 알맞게 힘 조절을 할 수 있다. 쏘렌토 R의 최고시속은 200km를 넘지만 시속 190km에서 연료가 차단된다. 고속에서 흔들림도 적고 안정성이 뛰어나다. 급한 코너를 돌아나갈 때나 급차선 변경 때는 롤링이 좀 있는 편. 급제동 때 노즈다운 현상도 현저하다. SUV 특성상 과도하게 움직일 때는 자세가 불안정하지만 모든 모델에 달려 있는 자세제어장치(VDC)가 불안감을 덜어준다. 쏘렌토 R은 도심형 SUV를 내세우지만 내리막 저속 주행장치 기능으로 오프로드 성격을 살짝 담았다. 비슷한 기능인 내리막 밀림 방지 장치는 경사로 출발 때 미끄러짐을 막아주는데,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경사진 주차장 진입로에서 상당히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리터당 14.1킬로미터의 연비는 흠잡을 데 없다(네바퀴굴림은 13.2킬로미터). 이 정도 파워에 이만한 연비면 굳이 대배기량 휘발유 SUV를 탈 필요는 없다. 이번 시승은 꽤 먼 거리를 달리며 진행됐다. 서울-부산을 왕복하고 도심의 짧은 거리를 반복해서 타는 등 다양한 도로에서 약 1천300킬로미터의 거리를 달렸다. 연비 랠리를 하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버리고 평소 습관대로 탔다. 약 800킬로미터를 달린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100~140km를 유지했고, 막힌 구간은 약 150킬로미터 정도였다. 트립 컴퓨터에 찍히는 연비는 시승하는 기간 내내 리터당 13.5킬로미터를 전후를 유지했다. 마음먹고 연비 높이기에 돌입하면 공인연비보다 좋게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타고 싶은 대로 타고 공인연비에 근접한 연비가 나오니 생각보다 효율이 좋다.


준대형급으로 체격이 커진 만큼 실내도 여유가 넘친다. 2열도 널찍하고 3열도 성인이 타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아이들 타기에는 제대로 된 공간이 나온다.


게다가 3열 전용 에어벤트도 있다. 3열은 바닥에 수납 되는 방식이라 바닥 공간이 손해를 보았다. 간이 수납함이 있긴 하지만 소화기와 공구와 잭이 들어 있어서 활용도는 높지 않다. 2열도 한번에 접을 수 있어서 이용이 편리하다. 특히 2열 등받이는 뒤로 상당히 많이 젖혀진다. 그런데 등받이 각도보다는 시트를 앞뒤로 움직이게 해놓았으면 더 좋을 뻔했다. 트렁크 공간에는 러기지 스크린이 있는데 2열 등받이 눕는 정도에 따라 위치를 바꿀 수 있게 해놓았다. 짐을 많이 싣는 경우 승객석과 짐칸을 구분하는 러기지 네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붉은 톤 조명이 빛나는 인테리어는 이제 낯익다. 실내에서도 기아차라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단정하고 깔끔하다. 플라스틱 재질이 값싸 보인다는 의견도 있는데 전체적인 조화를 따지면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쏘렌토 R 출고 시기는 당초 3월 말에서 4월말로 연기됐다. 모하비와 포르테 때와 마찬가지로 인테리어 품질에 대한 지적이 있어서 개선작업을 거치느라 출고를 연기했다고 한다. 크롬을 첨가하는 등 세부적으로 보강이 이뤄졌다고 하는데, 어느 부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확실하게 와 닿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막판에 좀더 완성도를 높여 출고하려는 노력은 높이 살 만하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파노라마 루프. 국내에서는 QM5에 이어서 두 번째다(기아는 동급 최초를 내세운다. 그리고 QM5가 본질은 유럽 차이기 때문에 국산차 최초라 주장하기도 한다). 천장 전체를 유리가 감싸고 있어 개방감이 좋다. 앞뒤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앞쪽만 열린다. 가림막은 면 재질로 되어있어서 빛의 투과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빛이 새어 드는 타 모델에 비해 우수하다는 게 기아의 설명. 실내 곳곳에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이 눈에 띈다. 센터페시아 뒤에는 볼보 센터스택처럼 수납 공간이 존재하고, 선바이저에는 익스텐션이 달려 있어서 햇빛을 보다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룸미러에는 후방모니터가 내장되어있어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그런데 크기가 작고 해상도가 떨어져서 후방과 좌우에 장애물이 있는 정도를 파악하는 데 그친다. 이 밖에도 운전석 열선/통풍시트, 2열 열선시트, 운전석 전동 시트, JBL 오디오 등 각종 편의장비가 풍부해서 준대형급이라는 게 실감난다.


쏘렌토 R을 타는 내내 두 가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첫 번째는 포지셔닝을 잘했다는 점이다. 모하비나 베라크루즈는 너무 커서 부담되고 싼타페 급보다는 좀더 고급스러운 SUV를 찾는 사람들에게 마땅한 SUV가 없었다. 쏘렌토는 그 사이를 적절히 파고 들었다. 기아 쪽에서도 준대형급으로 모하비와 싼타페 중간위치라고 설명한다. 신형 싼타페가 좀더 고급스러워지면 비슷한 급이 되겠지만 그 때까지는 혼자서 독주할 게 분명하다. 두 번째는 수입 SUV와 경쟁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점이다. 어지간한 옵션은 다 갖춘 3천만 원대 중반급 쏘렌토 R은 수입차보다 편의장비 등에서 월등히 우수하다. 게다가 신형 디젤 엔진은 수입 휘발유 SUV보다 경제적이고, 수입 디젤과도 대등한 성능을 보인다. 내용에 비해 부풀려진 3천~4천만 원대 수입 SUV를 살 바에는 쏘렌토 R 사는 게 낫다는 판단은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쏘렌토 R은 '저렇게 만들어 놓고도 팔리기를 바라나'라는 국산차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팔릴 수밖에 없다'로 바꿔 놓았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쏘렌토 R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국산차의 대변신은 이미 시작되었다.


    

에디터/임유신 사진/김범석

Limited
We say: 잔 고장이나 내구성 문제만 불거지지 않는다면 일단은 성공작이라 할 수 있다. 이름값 때문이 아니라면 굳이 수입 SUV에 눈 돌릴 필요가 없다
Price: 3,150만 원
Performance: 0->시속 100km 가속 N/A, 최고시속 N/A, 연비 14.1km/ℓ
Tech: 직렬4기통 2199cc, 200마력, 44.5kg·m, FF, 1800kg, CO2 배출량 191g/km


기사&사진 : 톱기어 2009년 6월호



※ 빼 먹은 건데, 본 기사의 권한은 톱기어에 있습니다. -_-;;;;

profile
난 일반적인 스포츠카가 아냐.
이 나라에서 태어나 호의호식하기 위해 만들어진 차는 아니야.
오직 헝그리 정신으로 태어나 이 나라의 스포츠카로 살아갈 차야.

1999년 개발 개시
2001년 컨셉모델 PS-2 공개
2002년 스피라 첫 공개
2005년 뉴 스피라 공개
2007년 어울림모터스로 개발권 이전
2008년 북경모터쇼에서 스피라 공개, 네덜란드 수출 및 유럽인증 개시
              국내 모터스포츠에 참전해 2008년 GT Masters 제 6, 7전 우승(예, 본선 통합)
2009년 2월, 서울 양재동에서 스피라 2009년형 공개

질주하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의 도로를.
한반도가 아닌 전 세계에 너의 그림자가 휘날리때까지.
도로의 제왕으로 설 너를 기대한다.

1st Super Car in Republic Of Korea.

Oullim Motors Spirra